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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게임 개발을 시작하며... (1)

나는 게임 서버 프로그래머다.

 

사람들이 애니팡 하트를 카카오톡으로 서로 주고 받던 시절, 호기롭게 3명의 동료들과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후 수완 좋은 대표가 팀웍을 잘 이끌어 주었고, 몇 년간 여러 번의 투자도 잘 진행되었다.

내부에선 다른 이사님이 PD, AD, 기획팀도 다 맡아서 잘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창업 후 의견차로 1년만에 회사를 떠난 클라이언트 개발하시던 이사님.

정말 미안했고, 지금도 죄송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게임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었고 좋은 동료들도 점점 늘어나서 너무 좋았다.

즐겁게 일했고 첫 번째 게임을 국내 퍼블리셔와 런칭했지만 결과는 망했다.

회사가 휘청했지만, 능력 좋은 대표 덕분에 직원들 월급을 못 준적은 한번도 없었다.

국내 퍼블리셔가 우리 손을 놓으려고 할 때, 다행히 중국의 한 퍼블리셔가 다가와줬다.

계약금도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주었고, 1년간 다시 첫 번째 게임을 다듬어 두 번째 게임을 런칭했다.

하지만 또 다시 폭망...

 

이제 결국 회사는 끝이 보여 폐업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고 자금 상황을 공유하고 몇몇의 직원들을 떠나보냈다.

 

그 때 다행히 대표가 모 회사의 팀 인수를 성공시켰다.

대표는 남은 팀원들을 데리고 새로운 회사로 들어가 다음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꿈을 더 펴고 싶은 몇몇은 따로 창업을 한다기에 박수를 쳐 주었고.

 

나는 새롭게 시작하기엔 너무 힘이 들었다. 

솔직히 지금 나에게 딸린 가족들이 너무 많다.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다. 아내가 너무 힘들어 했다. 

회사 폐업 준비 때 정리할 비용이 모자라 손을 내밀던 대표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정말 돈이 1원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창업 이전의 회사에 다시 문을 두드려 복귀했다.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편의를 많이 봐 주었다.

 

복귀 후 몇 달간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회사 일만 했다.

아무리 늦게 퇴근해도 창업한 회사를 운영할 때와는 비교가 안되게 일찍 집에 들어온다.

주 52시간에 걸려서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

아이들과 같이 시간도 많이 보내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돈다.

주말도 시간이 남고, 자연스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왜 망했을까?

나는 단순하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사치를 하고픈게 아니라, 경제적 자유를 꿈꿨다.

회사를 창업했는데, 왜 돈은 벌지 못하고 빚만 늘었나?

 

한 3일동안 버스,지하철타며 내내 생각해본 뒤 내린 결론은 내 탓이다.

정말 내 탓이다.

 

같이 시작했던 3분의 이사님들은 정말 자기 능력의 200~300% 해 주신 분들이다.

차례대로 와주었던 직원들도 정말 150% 이상 능력을 끌어내 써 주었지, 단순히 직원으로 일한게 아니었다.

 

창업 1년 되던해에 의견 차이로 클라이언트 개발을 담당하던 이사님이 퇴사하시고 내가 기술 이사를 맡았다.

나는 처음에 이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회사 운영에 세심하게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직함이 뭐 중요해? 지분만 가지고 있으면 되지. 

이런 생각만 했다. 여기서부터 잘못되었다.

 

당연히 다른 이사들이 하는 것보다 더 개발자들을 챙기고, 리드했어야했다.

어찌보면 초기에 정말 밑바닥부터 고생하던 대표를 도와주고, PD를 도와주었으면 그들이 더 능력을 발휘했을거다.

 

내가 모른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클라이언트/기획/아트들 1도 지켜보지 않았다.

그게 7년이 지났다. 여전히 서버 개발말고는 1도 모른다. 

그렇다고 서버 개발 스킬이 늘었나? 이전 회사에 복귀해보니 나만 7년전 그대로고, 다들 성장해있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다. 나는 무얼하고 살았나... 정말 멍청하다.

그냥 쳇바퀴 돌듯이 올 해는 돈 많이 벌꺼야 이러면서 망상만 하고 있었다. 

정말 부끄럽다.

 

 

 

어찌됐든 지금 정말 돈이 많이 후달린다. 

부업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찾아보았다.

본업에 충실히 하면서 추가의 일을 찾으니, 대부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쿠팡 파트너스 같은 제휴마케팅 할 수 있는 봇도 만들어보고.

앱개발로 다른 사업도 생각해보고,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건 다 고민해봤다.

그런데 결국은 한계가 있고, 궁극적인 사업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무언가 다른 목표가 생길 때 까지는 유니티로 2D 게임 개발을 혼자서 해보려고 한다.

매일은 힘들겠지만 퇴근 후에 새벽 1시 ~ 2시 정도까지만 시간을 쓸 예정이다.

 

앞으로 한 3년간 목표로 잡았다.

1년은 공부하고 카피게임 만들어서 연습하고, 그 뒤 2년 동안은 뭔가 좀 계획적으로 게임 하나를 만드려고 한다.

그 때 가 되면, 어느정도 경제적으로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거 같고.

이전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개발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함께 했던 모든 분들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미안합니다.